환경파괴,자연재해분석

해수면 상승, 국제법이 준비되지 못한 위기

momota-info 2025. 7. 9. 15:12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섬나라 침수 위협과 이주 현황

지구 평균 기온 상승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지구촌 여러 지역에 다양한 형태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태평양과 인도양에 위치한 소규모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 위협의 최전선에 놓여 있으며, 단순한 해안 침식이나 수자원 고갈을 넘어 국가 전체가 물리적으로 소멸할 수 있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위기는 국민의 생존권, 국토의 주권, 국가 정체성과 국제적 법적 지위까지 흔들고 있으며, ‘기후 난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해수면 상승의 원인, 영향을 받는 섬나라들의 구체적 현실, 실제 이주 현황과 국제사회의 대응, 그리고 그로 인한 전 지구적 구조 변화에 대해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 해수면 상승의 원인과 메커니즘

지구의 해수면이 상승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다:

  • 극지방과 산악지대의 빙하 융해: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상, 알프스와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이 물은 해수의 절대량을 증가시켜 해수면을 높인다.
  • 해양의 열팽창: 따뜻해진 바닷물은 부피가 팽창한다. 물리적으로 물은 온도가 높아질수록 밀도가 낮아지며, 해양의 온도 상승은 해수면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 육지 수자원의 해양 유입: 산업화로 인해 지하수, 호수, 저수지에서 사용되던 담수가 대기 중 증발과 배출을 통해 해양으로 유입되면서 간접적인 해수면 상승을 유발한다.

기후 과학계는 2100년까지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이 60cm~1.2m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으며, 이는 평균 해발 고도가 낮은 섬나라들에게 치명적인 수위다.

해수면 상승, 국제법이 준비되지 못한 위기

◈ 침수 위협에 직면한 주요 섬나라

해수면 상승에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는 국가는 대부분 태평양과 인도양에 위치한 군도 형태의 섬나라들이다. 이들 국가는 지리적·기후적으로 해수면에 매우 근접해 있어 단 한 세대 내에 물리적으로 국가가 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 투발루: 평균 해발 고도는 약 1.8m이며, 해수면 상승 시 국토 전체가 침수될 수 있는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다. 이미 연중 만조 때마다 바닷물이 내륙으로 유입되며, 주거지와 농지가 상습 침수되고 있다.
  • 키리바시: 33개 산호섬으로 구성된 키리바시는 국토 대부분이 해수면과 거의 맞닿아 있다. 정부는 2014년 피지의 토지를 매입하여 장기적인 국민 이주 계획을 수립했다.
  • 몰디브: 인기 있는 관광지지만 평균 해발 고도가 1.5m에 불과하다. 해안 침식과 조수 침수로 일부 섬의 거주가 이미 어려워지고 있으며, 국가 전체가 사라질 수 있는 현실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 마셜제도: 2020년 이후 반복되는 고조 현상으로 인해 식수 자원이 염분에 오염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이미 정기적인 침수를 겪고 있다.

이들 국가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물리적 국토 상실과 더불어, 자국민의 생존권, 문화적 정체성, 주권 국가로서의 지속성까지 위협받고 있다.

◈ 해수면 상승의 직접적 피해

해수면 상승은 단지 해안가 후퇴나 경관 변화의 문제가 아니다. 섬나라들의 실생활과 사회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 담수 오염: 바닷물이 지하수층에 스며들며 식수 확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 농경지 상실: 토양이 염분화되어 작물이 자라지 못하며, 식량 자급률이 급감하고 있다.
  • 주거지 침수: 수년 내 수많은 가구가 침수 피해를 겪고 있으며,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도 발생하고 있다.
  • 질병 확산: 오염된 물과 위생 불량으로 수인성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피해는 한두 번의 재해가 아닌, 반복되는 침수로 인해 누적되며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발전한다. 국가는 점차 기능을 잃고, 국민들은 대안 없는 이주를 강요받게 된다.

◈ 실제 발생 중인 이주 현황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이주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일부 국가는 정부 차원에서 국민 이주를 공식화하고 있으며, 이주가 실질적으로 진행 중이다.

  • 키리바시: 2014년, 키리바시 정부는 피지에서 2,400헥타르의 토지를 매입했다. 정부는 “기후 변화로부터의 이주”를 공식 언급했고, 국민들이 집단적으로 이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 투발루: 일부 주민은 뉴질랜드와 호주 등지로 개별적으로 이주를 시작했으며, 뉴질랜드는 연간 75명 규모의 특별 이민 쿼터를 운영하고 있다.
  • 몰디브: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인공섬 개발을 추진하며 이주보다는 '국내 이전' 전략을 일부 병행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로 인한 국토 상실은 이주라는 강제적 선택을 만들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인구 이동이 아니라 국가의 해체, 문화의 단절, 법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 ‘기후 난민’의 국제법적 한계

‘기후 난민’이라는 용어는 현실에서는 사용되고 있으나, 국제법적으로는 아직 공식 지위가 부여되지 않았다. 1951년 제네바 난민 협약은 정치적 박해, 종교, 인종, 사회적 소속 등에 의한 박해를 피한 경우에만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있어, 해수면 상승 등 자연환경 요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 결과, 기후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며, 임시 체류자나 비공식 이민자로 분류된다. 이주 국가의 정책에 따라 체류 자격이 제한되거나, 시민권 부여가 거부될 수 있다. 이는 인권적 측면에서 심각한 공백을 의미하며, 새로운 국제법적 체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 국제사회의 대응과 실효성 문제

국제사회는 기후 변화 대응 차원에서 섬나라의 침수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은 2022년 COP27 회의에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 조성에 원칙적 합의를 하였고, 이 기금은 저개발국과 기후 취약국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기금은 아직 집행 메커니즘이 명확하지 않으며, ‘이주 지원’까지 포괄하는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았다. 또한 일부 국가들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기후 이주민 수용에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국제적 연대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 해수면 상승의 미래 시나리오

기후 모델에 따르면 해수면은 2100년까지 최소 0.6m, 최악의 경우 1.2m 이상 상승할 수 있다. 이 경우 투발루, 키리바시, 몰디브, 마셜제도는 국가 기능을 유지할 수 없게 되고,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이집트 등지의 수천만 명에 이르는 연안 거주민들도 이주를 고려해야 할 상황이 온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세계 안보, 경제, 인도주의, 이주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설계를 요구하는 사안이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국가 단위의 이주가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이 현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섬나라의 침몰은 기후 변화가 정치적, 법적, 생존적 문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기후 정의란 단지 탄소를 감축하는 문제가 아니라,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보호와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다. 섬나라의 국민들이 바다에 잠기는 그날까지 기다릴 수 없다. 지금이 바로 인류 전체가 대응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