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자연재해분석

지하를 건드리면 땅이 흔들린다: 채굴과 지진의 연관성 분석

momota-info 2025. 7. 3. 10:09

지하자원 채굴이 지진 빈도에 미치는 영향과 실제 통계

지진은 흔히 자연적인 지각 운동의 결과로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 결과들은 인간의 활동, 특히 지하자원 채굴이 지진의 발생 빈도와 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 지하수 등 다양한 자원을 지하에서 채굴하는 과정에서 지각에 가해지는 인위적인 변화는 그 지역의 지진 활동을 촉진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이 글에서는 지하자원 채굴이 지진 발생과 어떤 관련을 가지며, 실제로 어떤 지역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진 증가가 관측되었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지하자원 채굴이 지각 구조에 미치는 영향`

지하자원 채굴은 지하 깊은 곳에서 대량의 물질을 제거하거나 주입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지하의 압력 균형이 무너지고, 지하층 간 응력 분포가 변화하게 된다. 지각판은 극히 민감한 상태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아주 작은 응력 변화도 단층의 이동을 촉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석탄 광산에서는 채굴 후 지반이 가라앉으며 기존의 지층 균형이 붕괴된다. 유전 지역에서는 석유와 가스를 추출함으로써 지하의 유체 압력이 감소하고, 그 결과로 암석 사이의 마찰력이 변화하여 단층의 슬립(slip)을 유도할 수 있다.

지하를 건드리면 땅이 흔들린다: 채굴과 지진의 연관성 분석

`유압파쇄(Fracking)와 지진 증가 사례`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된 셰일가스 채굴 기술인 유압파쇄법(Fracking)은 지하 암반에 고압의 물, 모래, 화학물질을 주입해 인위적으로 암반을 깨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고, 지하수층 및 암반 구조가 변경되며, 수직적·수평적 응력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한다. 이러한 인위적인 응력 변화는 미소지진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누적된 응력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규모 있는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대표적 인공 지진 증가 사례`

오클라호마주는 원래 지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내륙 지역이었지만, 2009년 이후 지진 빈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통계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주는 2015년 한 해 동안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900건 이상 보고되었으며, 이는 캘리포니아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이 지역의 지진 증가 원인으로는 유전 채굴 후 폐수 주입 활동이 주요하게 지목되고 있다. 폐수 주입은 채굴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지하 깊숙이 다시 주입하는 방식인데, 이로 인해 지하 단층에 응력이 가중되어 지진이 유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 흐로닝언: 천연가스 채굴로 인한 지진 발생`

네덜란드의 흐로닝언(Groningen)은 유럽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저장소가 있는 지역으로, 1960년대부터 채굴이 시작되었다. 이후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미소지진이 발생해 왔고, 2012년 이후 규모 3.0 이상의 지진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주민 피해가 커졌다.

2018년에는 주민들의 항의가 격화되자 정부가 결국 채굴량을 급격히 줄였고, 이후 지진 발생도 함께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사례는 채굴 활동과 지진 발생 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캐나다 앨버타: 유압파쇄와 지진 상관 분석`

캐나다 앨버타 주에서도 셰일가스 유압파쇄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었고, 2013년부터 이 지역의 지진 활동이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2016년에는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유압파쇄 활동에 대한 정부 조사가 시작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지진 발생 지역과 유압파쇄 활동 지역이 공간적으로 거의 일치하며, 활동 시점과 지진 발생 시점 간 시간 지연도 몇 주 이내로 나타나는 등 강한 상관성이 확인되었다.

한국의 사례 - 포항 지진과 지열발전 연관성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 지진(규모 5.4)은 한국 지질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낳은 내륙 지진 중 하나였다. 초기에는 자연 지진으로 추정되었지만, 이후 정부 합동조사단의 결과에 따라 포항 지열발전소의 지하 주입 활동이 지진 발생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지열발전은 고온의 지하수를 뽑아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며, 열 순환 후 재주입 과정에서 지하 응력 변화가 발생한다. 포항의 경우도 주입 시점 이후 단층에 응력이 집중되어, 결국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국제기구와 학계의 통계 분석'

지하자원 채굴과 지진 발생 간 상관관계를 수치적으로 분석한 다양한 연구가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MIT, 스탠퍼드, 네덜란드 유전연구소(TNO) 등에서는 다음과 같은 통계치를 발표했다.

  • 석유·가스 채굴 지역에서 비채굴 지역 대비 지진 빈도가 최대 20배 이상 증가
  • 폐수 주입량이 1백만 배럴 증가할 때, 미소지진 발생 확률이 평균 2.5배 증가
  • 활성 단층에 인접한 채굴 활동 시, 규모 3.0 이상 지진 발생 확률이 12% 이상 증가

이러한 통계들은 인간 활동이 지진 발생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수치적으로 입증해준다.

'규제와 기술적 대응 방안'

지진 유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지하자원 채굴에 대한 기술적 및 행정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주요 대응 방안은 다음과 같다.

  1. 채굴 전 지진 위험성 사전 평가 실시
  2. 폐수 주입 깊이와 속도 제한
  3. 활성 단층 인접 지역 채굴 금지
  4. AI 기반 지진 조기 예측 시스템 구축
  5. 지진 발생 시 즉각 중단 프로토콜 마련

또한, 채굴 활동이 끝난 후에는 지하 안정성 모니터링을 수년간 유지하여 장기적 안전을 확보하는 전략도 요구된다.

/자원 개발과 지진은 무관하지 않다/

지하자원 채굴은 현대 산업의 기반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구 내부 구조에 대한 인위적 개입이라는 부담이 존재한다. 다양한 국가에서 실제 지진 빈도 증가와 자원 채굴 활동 간의 통계적 연관성이 밝혀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시사한다.

이제는 자원 개발이 단지 경제적 논리로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 위험성까지 포함하여, 보다 정밀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지하에서 무언가를 꺼낼 때, 우리는 지표 위의 삶도 함께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